라이브콘텐츠 속기사로 일하면서 느꼈던 보람
(속기사 준비 중인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
라이브콘텐츠 속기사로 일을 하다 보면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집중과 긴장의 연속이에요.
자막이 밀리진 않는지, 말은 정확히 잡히는지,
놓친 부분은 없는지 계속 귀와 손이 동시에 바쁘죠.
그러다 보니
‘이 자막을 누가 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깊게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 정말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병실에서는 소리를 크게 틀 수 없어서
TV를 자막으로 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하필,
제가 작업하던 라이브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던 겁니다.
친구가 제게 연락해서
이거 네가 작업한 거 맞아?라며 묻는데 너무 신기해하더라고요.
친구가 남편에게도 자랑을 했다네요ㅠㅠ
친구 남편이 그거 요즘 다 AI가 해 주는 거 아니야?라고
말해서
그 말에 약간의 다툼(?)까지 있었다고 해요.
친구가 직접하는 거라고 강력 주장을 했을 게 보입니다. ㅎㅎㅎ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괜히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쪽이 묘하게 쿵했어요.
그동안 저는
그냥 내 할 일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누군가의 상황을 배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크게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병실에서 조용히 TV를 봐야 하는 사람,
청각장애인이나 난청으로 소리를 듣기 어려운 사람,
혹은 소리를 켜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누군가에게
제가 만든 자막이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그날 처음으로 확 와닿았네요.
라이브콘텐츠 속기 작업은
눈에 띄지 않는 눈 뒤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자막 하나가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창구일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어요.
그 이후로는
라이브 작업을 할 때마다
지금 이 자막을 보고 있을 누군가를
조금 더 떠올리게 돼요.
빠르게,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정보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배려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걸요.
속기사라는 일이
타이핑을 잘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위한 기록을 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이 일을 하는 데 뿌듯함이 뿜뿜했네요.
혹시 이 일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작은 순간들이
생각보다 큰 보람으로 돌아온다는 거,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글 남겨요.
이미 하고 계신 분들도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시는 거니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P.S 연습이 잘 안 되는 날,
속도가 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에도
지금 하고 있는 그 연습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의미 있는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 이전 글학폭위 속기사가 알려주는 요즘 학교 용어 TOP51322026.01.26
- 다음 글속기사 실무 꿀팁! 상용구 활용 방법432026.02.23